드라마 <작은아씨들>의 의미심장한 설정과 해석

2022. 10. 14. 13:47딥디깅 컨텐츠


작은아씨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


TVN 금토 드라마 (밤 9:10~) 15세 이상 2022.09.03. ~ 2022.10.09 총 12화
제작 / 스튜디오 드래곤 기획 / Tvn, 스튜디오드래곤 연출 / 김희원, 권영일 극본 / 정서경
시청률 11.1% (닐슨코리아) / 종영


얼마 전, TVN 화재의 드라마 <작은아씨들>이 성황리에 종영하였습니다.
막판 시청률 11%를 넘기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는데요.
마지막에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평도 있지만,
미학적 감각이 돋보이는 소재,
반전과 스릴이 넘치는 연출,
치밀하게 계산된 복선,
극한의 상황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이 흥미롭게 전개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에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몇가지 소재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그런 소재들이 드라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상당히 고급스럽게 표현하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 의미심장한 의미를 가진 설정들을 찾아보고,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 해당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의미심장한 소재 설정

 

<작은아씨들>에서 쓰여진 소재나 배경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더욱 흥미로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난초] 난초는 주변환경에 특화되어 고도로 진화한 식물

 

도둑공주 난초


도둑공주 난초는 첫째 '오인주'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1화에서 인주의 직장 친구 진화영은 이 '도둑공주'가 지금은 볼품이 없지만, 꽃이 피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며 좋아하는 꽃이라고 말합니다.
화영도 인주도 '왕따 경리'로 지금은 보잘것 없는 도둑공주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화영이 오키드 건설의 비자금 700억을 빼돌린 후 죽게되면서, 인주가 비자금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도둑공주 난초가 꽃을 피우기 전, 차가운 온도를 견뎌야 하는것 처럼, 인주는 욕망과 절망, 불안과 안도 사이를 오가며 역경을 견뎌야만 합니다.
그리고 결국,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싱가포르 난초 경매장에서 도둑공주 난초를 최고가로 낙찰받은 인주는 아름다운 외모와 재력을 모두 갖춘 빼어난 인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보잘것 없는 도둑공주 난초가 만개한 순간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지요.


푸른 난초 (유령난초)

푸른 난초는 '원상아'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푸른 난초는 베트남전에서 '원기선장군'이 구해온 희귀종으로 '아버지' 나무에 '기생'하는 식물입니다. 이 난초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환각을 보게하고, 심하게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상아는 원기선 장군의 딸로 '정란회'의 검은이면을 빨아먹고 자란 사이코 연쇄살인마입니다. 정란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여, 본인이 직접 후계자가 되지 못하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오빠 대신, 정란회의 실세로 권력을 휘두릅니다.


원상아는 어린시절 엄마의 충격적인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24시간 연기를 하고 살아간다는 그녀는 세상을 무대로 삼아 시나리오를 만들고, 역할에 맞는 인물을 배역에 세워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상황 속에 던져놓고 즐깁니다. 

세상과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독성'을 가지고 있지요.

푸른 난초의 ‘환각'과도 같은 원상아의 연극은 항상 '죽음'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원상아는 푸른난초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푸른 난초의 또다른 이름은 유령난초입니다.
마지막화에서 상아는 자기자신은 오래전부터 죽어있었다고 말하는데요.

지금의 원상아는 유령과도 같은 상태인 것이니, 이런 점 또한 푸른난초와 비슷하네요.


오인주와 원상아 모두 주변 환경때문에 아주 고도로 진화한 인물들이므로 난초와 일맥상통합니다.

 



[베트남전] 베트남의 난초 전설

원기선 장군과 정란회 회원들은 베트남전에서 길을 잃고 헤메던 중 환각을 보여주는 '푸른난초'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왜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일까요?

나무 위키에서 '난초'를 검색하다가 소름돋는 점을 발견했는데요.

'베트남에 난초 전설'이 있다는 사실!

 

호아란이라는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호아란은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을 이용하기만 하였고, 그러한 그녀의 태도에 실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자들이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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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내용) > 이에 화가 난 사랑의 신이 호아란에게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위해 그녀에게 저주를 걸었고, 호아란은 뭉카이라고 하는 잘생긴 남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치장을 하고 그가 매일 수영을 한다는 강가에 가서 그를 유혹하나, 뭉카이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면서 그녀의 유혹을 거절한다.

이에 실망한 호아란은 뭉카이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마녀를 찾아가 부탁한다. 이에 마녀는 뭉카이가 다른 여자를 생각하지도 못하게 할 수 있다며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다음날 호아란은 뭉카이를 찾아갔지만 그는 흑단나무로 변해버렸다. 이에 화가 난 호아란은 마녀에게 그를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만 마녀는 뭉카이가 다른 여자를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면서 한번 효과가 난 마법을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호아란은 울면서 흑단나무가 된 뭉카이를 밤새 끌어안았고, 결국 그녀는 흑단나무 근처에 꽃으로 변했는데 그것이 바로 난초 라고 한다.

 

베트남 전설의 '호아란'은 '원상아'와 매우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푸른난초는 원상아를 상징하는 식물이고, 작가님이 '원상아'를 설정할 때, 베트남의 난초전설 주인공인 '호아란'에서 모티브를 얻으셨다면?

'베트남'이 설정과 연관성이 생기는군요!

 


 

[닫힌방] 원상아의 지옥

'닫힌방'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이면서 극작가인 '장폴 샤르트르'가 1943년에 집필한 희곡의 제목입니다.
이 희곡의 명대사가 '타인은 지옥이다.'인데요.
세상에 던져져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인간임에도 타인과 교류해야 실존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써야 함을 지옥에 비유한 말이라고 합니다. (출처. 나무위키)
희곡 '닫힌방'의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지옥'을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원상아의 집에도 '닫힌방'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원상아의 엄마가 감금되어 있다가 죽었습니다.
원상아의 대학 졸업작품으로 '닫힌방'이라는 작품을 만듭니다.

바로 엄마가 죽었던 그 방의 모습과 옷장에 목을 맨 시체가 있는 상황을 똑같이 묘사한 작품이죠.

화영의 방 모습도 '닫힌방'과 유사하고, 옷장 속에서 목을 맨 화영의 모습은 엄마의 죽은 모습과 똑같습니다.
이후, 오인혜도 원상아의 집, '닫힌방'에 가두고, 죽이려고 합니다.


원상아는 왜 닫힌방에서 누군가를 계속 죽이려 하는걸까요?

"그 순간으로 되돌아 가려고 한거야. 엄마가 아직 죽기 전, 그 짧은 순간."
오인주가 해석한 원상아가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이 엄마를 죽게하였다는 충격은 원상아를 본인으로 살지 못하게 만듭니다.

진짜 원상아의 세상은 지옥이기에 24시간 다른사람을 연기하며 살았던 것이고, 닫힌방의 장롱 속 목을 멘 엄마와 마주한 순간을 재현하면서, 그녀는 그리운 엄마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설정이 우연의 일치인지, 희곡 '닫힌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명칭이 사용되었고, 의미도 연관이 있어 보이죠?



[미래에서 온 경리] 비자금 장부를 부탁해.

해당 드라마에서는 21세기인데도 '수기로 쓴 노트'가 비자금 장부로 등장합니다.
대대로 이 일을 해온 경리들이 수기로 한땀한땀 쓴 장부이죠.

오인주는 장부를 지켜내지 못하고, 박재상에게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재상은 그것을 태워 없애버립니다.
경리들은 이 비자금 장부를 공개할 힘도, 지켜낼 힘도 없고, 결국에는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화영이 개발한 '미래에서 온 경리' 프로그램에 '비자금 장부 파일'이 저장되어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비자금 파일을 세상에 공유하면서, 원령재단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죠.

진화영은 경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원령그룹의 비자금 내역'을 저장해 놓았습니다.

미래에 경리 프로그램이 상용화되면, 비자금 장부가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 상상하며, '미래에서 온 경리'에게 비자금 장부를 맡긴 겁니다.

이후, 자신의 계획대로 진짜 진화영은 종적을 감추었고, 이 경리프로그램도 사라진 듯 했습니다.
그러나 12화가 되어, 타임슬립하듯 갑자기 나타난 진화영과 '미래에서 온 경리' 프로그램이 계획한 일을 해냅니다.
‘미래에서 온 경리’가 과거로 돌아가 자료를 가지고 나타난 것처럼.



 

역할이 드러나는 이름과 비밀을 드러내는 명칭

 

드라마 <작은아씨들>의 이름과 명칭의 의미를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인주]

'인주'의 사전적 의미는 '도장을 찍는 데 쓰는 붉은빛의 재료'입니다.
작가가 정말 그 의미로 주인공의 이름을 인주라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인주의 역할이 도장 찍을때 필요한 인주와 유사합니다.
700억을 찾기 위해서는 '인주'가 필요하니까요.
그럼 도장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도일인가요?
도일의 '도'자가 도장의 '도(塗)'자 일수도 있겠네요.


그 외에도 인주의 ‘주’는 주인 '주(主)'자 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에 얻게되는 한강뷰 아파트의 주인.


 

[오인경]

인경의 '경’은 '안경' '천리경' 등 무언가를 뚜렷하게 보는 도구에 사용되는 한자어로 보입니다.
안경에 쓰이는 ‘경(鏡)'에는 거울, 비추다. 밝히다.길. 등의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경은 끈질기게 원령그룹의 비자금 내역을 세상에 공개하고, 원상아의 악행을 밝혀내어 세상에 알리는 인물입니다.
인경으로 인해 사람들은 진실을 들여다 보게되죠.




 

[오인혜]

인혜의 ‘혜’는 슬기롭다. 총명하다. 사리에 밝다. 에 사용하는 '혜(鏡)'인것 같죠?
진화영을 진짜 살해한 인물을 가장 먼저 찾아내고, 친구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살려낸 700억을 분배하는 역할도 하죠.
지혜로운 눈과 총명한 두뇌로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혜안을 가진 인물입니다.



 


 

[박재상]

‘재상’은 국정보좌 최고 책임자를 뜻합니다.
'월영그룹'의 가장 높은 곳에 있고, 대통령이 되려는 계획을 실행합니다.
인물에 매우 어울리는 이름이지요.
그러나 그의 이름처럼 '재상(宰相)'이 되지 못했고, 결국 원상아의 꼭두각시로 죽게되는 결말은 충격적이면서도 허무한 인물이네요.


 

 


 

[진화영]

‘화영’은 '꽃의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위의 '도둑공주' 설정에서 추론한 것 처럼, 도둑공주 난초는 '인주'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화영은 인주의 그림자일까요?
화영이 싱가포르에서 인주로 살고 있었다는 내용, 싱가포르에서 위험에 처한 인주를 살려내기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붙어서 구해내는 내용등이 근거로 작용합니다.
또 한편으로, 원상아의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비자금 700억'은 화영이 횡령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돈의 실제 횡령자는 '원상아'입니다. 실루엣만 보이는 그림자는 화영, 그림자의 실체는 '원상아'로 비유되죠.


 

[원상아]

‘상아’는 코끼리의 송곳니이기도 하지만, 한자의 뜻을 조합해 보면 ‘다친 아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엄마를 죽게 하여 마음을 다친 어린 '상아傷兒'는 그때부터 미쳤으니까요.

 

그리고 코끼리의 '상아'로 비유하더라도 무언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새하얗고 거대한 무기같은 송곳니잖아요.




 

[원기선]

‘기선’은 기준이 되는 선을 의미합니다.
'정란회'의 모든 기준이 바로 원'기선基線' 장군이기 때문이겠죠.

 


[원령그룹]
'원령’은 원한이 있는 유령을 뜻합니다.
원기선 장군은 죽기 전, 베트남에서 푸른 난초를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자신들이 유령이라고 말합니다.
국가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 ‘정란회’와 '원령그룹'의 초창기 멤버들은 모두 '원령怨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정란회]

‘정란’은 나라의 위기를 평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란靖亂'회가 세워진 이유는 나라에 원한을 가진 자들이 다시돌아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신으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의미로 만들어졌습니다.

 


[오키드 건설]
오키드는 난초의 영문입니다.
오키드orchid 건설의 비자금은 '난초 경매'로 돈세탁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원상아의 손아귀에 들어갑니다.
난초는 원상아의 비자금을 의미하고, 오키드 건설은 비자금을 만드는 회사가 됩니다.


 

여기까지 드라마 <작은아씨들>의 의미심장한 설정들을 주관적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해석을 하면 할수록 놀라워 입이 딱 벌어집니다.

정서경 작가님의 과거의 작품들도 매우 궁금해지고, 앞으로의 작품도 매우 기대가 되네요.
사실 <작은아씨들>은 워낙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설정 뿐만이 아니라, 복선과 플롯을 파헤쳐 보고싶기도 하고, 여성 빌런인 원상아 캐릭터를 파헤쳐 보고싶기도 합니다.
시간날때 돌려보기 하면서 파헤쳐봐야겠어요!